인생 100년 시대. 조금이라도 오래 건강하게 살고 싶은 분들이 결코 적지 않을 것입니다. 근육과 뼈를 단련하면 요개호 예방으로 연결할 수 있습니다만, '치아'는 어떨까요. 치아를 오래 사용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치과의사가 설명해 줍니다.
1. 뼈나 근육은 적당히 부하를 가해야 증강되는데… 치아는?
요즘 인터넷상의 건강 관련 기사에서 '로코모'라는 키워드를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로코모'란 로코모티브 신드롬의 약자로 근육, 뼈, 신경 같은 신체 기능이 나이가 들면서 쇠약해진 상태를 말합니다. 건강 상태와 요개호 상태의 중간 단계로, 이 단계에서 적절하게 운동이나 식사 등 생활 습관을 관리하면 요개호 예방이 될 것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더불어 신체의 기능은 사용되는 곳이 유지·증강되므로 '로코모'가 되기 전부터 적당한 운동 습관을 갖는 것도 권장됩니다. 그래서 한창 일할 나이부터 워크아웃 등의 습관이 있는 사람은 요개호 예방이라는 점에서도 유리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뼈나 근육은 적당히 부하를 가함으로써 증강되는데, 같은 이치는 '치아'에도 들어맞는 것일까요. 다시 말하면 치아는 단련할 수 있는 것일까요. 답은 아쉽게도 'NO'입니다.
이는 단련할 수 없는 이유
그 이유는 치아(의 딱딱한 부분)에는 혈관이 통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혈관은 신체 구석구석까지 필요한 물자를 보내는 광대한 물류망입니다. 이 물류망으로부터 필요 물자를 주고받고, 항상 각 부품을 새롭게 함으로써 신체는 생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 교체 주기는 예를 들면 위 점막은 약 3일, 피부는 약 4주, 근육은 약 2개월, 뼈는 약 3개월 정도입니다. 젊은 사람이라면 3년 정도, 고령자라도 5년에서 10년 주기로 신체의 대부분이 교체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교체, 신체 물자의 교환은 신진대사라고 불리며 혈관 물류망에 지탱되고 있습니다. 뼈가 신진 대사할 수 있는 것은 단단한 조직 안에 혈관이 그물 모양으로 둘러져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부딪히거나 해도 약간의 금 정도면 저도 모르게 낫게 되고 설사 뼈가 부러지더라도 잘 고정을 하고 안정을 취하면 몇 달 만에 원래대로 연결이 됩니다.
그렇다면 뼈와 같은 단단한 조직인 치아는 어떨까요?
치아도 내부에 있는 신경(치수)의 골방까지는 혈관은 통하지만, 그 치수가 물류망의 종점입니다. 치아가 딱딱한 조직 안에는 혈관이 뚫려 있지 않고, 그 때문에 치아 자체는 신진대사가 되지 않습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냐면, 당신의 입안에 있는 6세구치(제일대구치.앞에서 세어 여섯 번째 치아.6살에 자라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렇게 불립니다)는 초등학교 입학식 당시의 것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만약 당신이 36세라면 뼈와 근육, 피부, 내장 모두 몇 개월마다 리뉴얼되고 있는데 치아만은 지은 지 30년이 됩니다. 더 이유 있는 문제가 있습니다. 치아는 워크아웃적인 힘 등의 자극을 줘도 대사가 있는 뼈와 달리 증강되지 않는 점입니다. 즉, 단련할 수 없다. 반대로 힘을 쓰는 방법에 따라서는 사용할수록 치아의 수명이 짧아져 있을지도 모릅니다.
치아 수명은 쓸수록 줄어든다.
이것은 피로 파괴라는 생각으로 설명됩니다. 예를 들어, 교통사고 등으로 치아가 부러져 버렸다고 합시다. 왜 부러져 버렸느냐 하면 치아의 강도보다 더 큰 힘이 가해졌기 때문이지요. 그럼 부서지기 아주 조금 전의 힘이 치아에 가해졌을 때 치아는 다치지 않고 있을 수 있을까요?
눈으로 보고 명확하게 알 수 있는 부서지지 않아도 안에 손상이 남아 있을 것 같네요. 예를 들어 보이지 않는 금이 가 있거나. 금의 크기에 따라서는 다음에 힘이 가해졌을 때 더 약한 힘으로도 치아가 부러져 버릴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한 번에 파괴가 일어나지 않는 약한 힘을 반복하고 반복해서 가함으로써 물건이 망가지는 것을 피로 파괴라고 합니다.
피로 파괴가 생기는 메커니즘으로는 물건을 파괴하지 않는 비교적 약한 힘이라도 내부에 생긴 상처에 반복적으로 힘이 작용함으로써 조금씩 금이 확대되고 힘을 지탱할 수 없게 될 때까지 금이 커졌을 때 단번에 파괴가 진행된다는 것이 알려져 있습니다.
비행기 추락 사고 조사 결과 원인이 꼬리날개의 금속 피로에 의한 파괴였다는 뉴스가 과거에 있었지만 금속뿐만 아니라 치아에서도 피로 파괴가 생기는 것으로 연구에서 확인되었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뼈는 신진대사를 하고 있기 때문에 3개월 정도 지나면 내부에 생긴 금은 일소가 됩니다. 그러나 치아는 신진대사하지 않습니다.
초등학교 때 뭔가 긁힌 자국으로 생긴 치아 내부의 금은 수십 년이 지나도 치아 안에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이상의 힘이 들 때마다 조금씩 커지고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치아는 사용할수록 약해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2. 치아를 오래 쓰려면...
그러면 치아를 가능한 한 오래 사용하려면 어떻게 하면 좋은 것일까요. 치아에 재료 역학을 대고 생각해 봅시다. 금속 스프링을 상상해 보세요. 스프링은 힘을 가하면 늘어나고 힘을 빼면 원래의 형태로 돌아갑니다. 하지만 마음껏 늘려 버리면 그 후 힘을 빼도 원래의 형태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변형이 남아버립니다. 그래서 스프링을 오래 사용하고 안정적으로 사용하려면 변형이 남지 않는 적당한 힘으로 사용해야 합니다.
치아는 금속보다 벼랑 끝에 가깝고 연약한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무슨 말이냐면 딱딱해서 변형이 잘 안 되지만 한계 이상의 큰 힘을 가했을 때 변형이 영구히 남는 것보다는 깨지고 깨지고 만다는 거죠. 한편, 한계 이내의 힘의 변형이라면 깨지지 않고 원래대로 돌아가는 성질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스프링과 마찬가지로 적당한 힘으로 사용하고 있으면 파괴가 진행되지 않고 오래 갈 수 있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치아를 가급적 오래 유지하기 위해서는 적당히 조절해서 사용할 필요 이상으로 큰 힘을 가하지 않는 충격은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인생 100년 시대를 향해 가면서 우리 입 안에 있는 치아는 신진대사의 후방 지원도 없이 하루 1000번의 저작을 견뎌내고 있습니다.
'화도 몸속'이라는 말이 있는데, '치아'도 몸속, 오래도록 자신의 치아로 식사나 대화를 즐기기 위해 이러한 치아의 성질을 알고 자애롭게 사용해 주시는 것이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